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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대, 5년 9개월간 살았던 이사오기 전 집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 집은 위치는 완벽히 편리했지만 건물 자체가 연식에 비해 더 낡았고, 전에 살던 사람들이 관리를 형편없이 한 바람에 (세입자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뭔가를 뜯거나 고쳐야 했으며, 수납공간이 부족한데다가 어린이 둘을 포함하는 네명이 살기에 좁았다. (특히 미취학 어린이는 정말 짐이 많다.) 그 집에서 가장 불편했던 부엌은 원룸 사이즈였는데 요리도 아닌 생존음식을 차려내는 데도 몇번을 치우고 닦고 썰고를 반복하다 결국 ‘아… 좁아…’라고 매일 탄식하게 만들었다. 정리를 하지 않으면 잠이 안오는 내가 정리를 하다하다 포기하고(그때는 애들이 어려서 더더욱 시간이 없었지…) 몇해를 살았다. 내 기준으로 늘 난장판이었기에 집에 들어가도 내집이 주는 편안함이 없었고, 아무도 집에 초대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정리안된 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 집에서 5년을 살았을 때 깊이 깨달았다. ‘나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어.’ 매

윤종신 콘서트를 처음 간 건 무려 95년도 였다. 당시  M-net 건물이 지금의 학동역 근처에 있었는데 오후에 있던 콘서트 자리를 맡기 위해 새벽 4시에 줄을 서러 갔다.(12시간 기다렸다는 소리) 그 땐 티켓은 은행에서 샀던가, 뭐 암튼 그랬고 자리는 지정좌석이 아니고(당연하지 전국 각지 은행에서 파는 건데) 무조건 선착순이었다. 표를 샀다고 끝난게 아니라 자리를 위해 새벽에 갔어야 하는 것. 근데 우리 앞에 이미 세 팀이 있었고…;;; 아무튼 이 뮤지션은 나의 학창시절을 함께 한 사람이었고, 20대에도 30대에도 모든 앨범을 열심히 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신정환과 유튜브를 한다고 해서 잠시 이별했었지만 우리가 함께 한 세월이 얼만데… 가을 콘서트 티켓팅 성공. 윤종신 공연 안간지 오래 되었는데 소극장 콘서트라서 서둘렀다. 성공한 티케팅이었기에 자리가 좋았다. 다만… 오늘의 관객 중 가장 키도 크고 등도 넓은 것 같은 사람이 내 앞이었다는 슬픈 사실. 다행히 가수와 나는 약간 대각선이었기에 가수를

자고 일어났더니 긴 꿈을 꾼 기분이다. 분명 어제까지 현실이었는데. 아무튼 남겨보는 여행기. 나는 일상에 시달리면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하다. 그건 요즘 유행하는 MBTI 분류법에 따르면 I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다고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혼자 떠난 여행. 정확히는 출장에 붙여서 좀 더 쉬어보는 여행. 중간중간 일행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다른 사람의 욕구나 상태(특히 어린이)를 고려하지 않고 다닐 수 있다는 건 아주 가벼운 것이었다. 짐이 아주 적어지고(내가 원래 짐이 많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대처해야할 비상 상황 경우의 수도 매우 줄어든다. 장소를 옮길 때마다 화장실 다녀왔냐는 질문도 하지않고…(이게 은근 스트레스) 메뉴도 그냥 내가 먹고 싶은 걸 먹으면 되고 먹고 싶을 때 먹으면 된다는 게, 기본 욕구를 해결하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참으로 많은 걸 간단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혼자가 아닌 삶에 익숙해진 걸 확인한 시간이기도 하다. 편한데 허전한 시간.